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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땀과 피 밴 노동자문학

쥬세티 2019. 11. 27. 19:45

경찰과 노동자들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밀고 밀린다. 최루탄과 곤봉을 피해 효 문 느른 틀로 노동자들이 뛴다. 그러나 두렵지 않다. 눈물 범벅이 된 얼굴을 마 주하면서도 끝내 씨익 웃음 머금은 자랑스런 동지들이 내어깨를 걸고 있는 이상은, 현대중공업 노동자 이재관씨가 쓴 마지막 대목이다. 왈왈이들의 합창은 올해 전태일 문학상 글쓰기 부문 최우 수상을 받은 작품으로서 지은이의 감옥 체험을 다룬 수기 형식의 글이다.


이 글은 최근에 나온 몇 안되는 노동문학작품 가운데 단연 돋보일뿐만 아니라 노동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모덕씨는 추천하는말에서 우리시대를걱정하면서 바르고 성실하게 살아가려는 한 젊은이가 역사의 현장에 서 몸으로 겪은 일을 낱낱이 증언해 보인 귀중한 기록물이라고 평했다. 책의 몇 부분을 옮겨 보자.


재판을 받기 전까지는 무죄라는 교과서 같은 얘기는 아예 발을 붙이지 못하 는 무법천지 세상이 대한민국 감옥이다. 주먹이아니면 돈줄이라도 든든해야 하 는 곳에서, 힘없는 개털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보호막을쳐야 하는 곳, 잠시도 긴장을 풀 수 없는 곳이 바로 감옥이다. 지은이가 본 감옥은 폭력이 버젓이 판치고 돈 많은 수감자들은 온갖 특권을 누릴 뿐만 아니라 일반 재소자들은 제대로 사람 대접조차 못받는, 사회의 부조리가 고스란히 집약되어 힘을 발휘하고있는 그런 곳이었다.


그는 1심 재판 최후진술에서 노동자들이현재 놓여 있는 처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노동자와 자본가가 결코 같은 색을 띨 수없다는 것은 자본주의 속에서 상식이요. 현실입니다. 한쪽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심한 불평등과 가난속에서 허덕이고 있고, 또다른 한쪽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추스르기힘를 정도로 남아도는 풍요로움에 빠져 비명을 질러대고 있습니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얻을 수 있다는 이 대한민국 땅덩어리 위에서,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얻고작은 행복을 찾고자 하는 노동자와 민중에게 우리 사회는 날마다 실망과 좌절과 죽음까지 듬뿍듬뿍 안겨주고 있습니다.


그는 또 법정 진술에서 이런 주장을 폈다고 적었다. 우리들의 행동은 삶을 지키기위한 몸부림이었으며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마지막 몸짓이었습니다. 역사를  일구는 노동이 그 가치를 되찾고 노동이 진정한 삶의 기쁨으로 되는 그날까지 우리는 홀곧게 싸워나갈 것입니다.



활활이들의 합창과 같이 노동하는 사람들이 쓴 글을 대할 때면 우선 투박하면서도진솔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노동자들의 글에서는 노동과 생활 그리 고 투쟁 속에서 우러나온 땀과 눈물 그리고 피까지도 선연하게 배어 있음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또한 노동자가 쓴 글은 리얼리즘 따위를 들먹일 것도 없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별 꾸밈 없이 드러낸다. 그리고 노동자 자신들이 희구하고 있는 미래의 사회상을 직접이든 간접이든 내보인다. 그렇다고 노동문학을 노동자 문학에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런데 90년대 들어서는 지식인 문학가또는 전업작가들이 쓴 노동문학 작품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노동현실이나 노동자의식 그리고 노동운동 상황의 변화가 워낙 빨리 진행되어 지식인 문학가들이 이를 따라잡기조차 어렵기 때문일까. 87년 노동항쟁이 있은 지 10년 세월이 흘렀고, 지난겨울 노동자들의 대규 모 총파업 투쟁이 벌어지고 나서도 주목할 만한 노동문학 작품은 쉽게 대하기 어렵다. 


노동문학 새 지평 열어야


노동자 스스로가 자신들의 체험을 바탕으로 노동현실이나 노동문제를 문학의 형태로 표현하고 형상화하여 자신들의 인간다운 삶의 조건을 이룩하는데 기여 할수 있는 노동문학의 새 지평을 열어 가야만 하게 되었다. 노동 문학의 새로운 지평 개척과 관련하여강조되어야 할 것은 무엇보다 노동현실에 대한 구체적이 고 사실적인 접근과 그것의모순 극복을 위한 실천성이라 생각된다.


노동자 출신 문학가이자 혁명가였던 막심 고리키는 문학에 관한 자신의 사도신경을한 작가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 시대에서 가장 훌륭하고 가장 소중하며 또한 가장 주의 깊고 가장 준엄한 독자는 노동자와 농민들이다.


이들은 책에서 우선 그들의 사회적·정신적 불안에 대한 답변과 넓은 의미의 자유를 향한 도약에 대한 답변을 찾으려 한다. 그들은 우리의 삶에서 거짓말이 그들을 짓밟고있음을 느끼며, 그 거짓말을 이해하고 그 거짓말을 없애 버리고 싶어한다. "노동문학은어쩌면 거짓말을 깨는 작업부터 시작해야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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