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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1990년의 문화결산

쥬세티 2019. 11. 27. 19:55

1990년초에 3당통합이라는 출격적인 정치적 사건이 있었지만, 올해의 사회·정치 상황이 87년 여름의 연장선 위에 있는 만큼 새로운 연대의 첫 해라는 틀뜸을 충족 시키는 단절적 새로움은 90년도의 문학에서 발견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문단의 지배적 견해다.


다만 80년대 후반 진보적 문학진영을 뜨겁게 달구었던 세칭 민족문학 논쟁은 그 자체로서는 열기가 많이 수그러들었다.논쟁의 당사자들이었던 백낙청 교수와 조정환·김명인씨가 각각평론집을 묶어 냈고겨울호에는 최원식 교수가 백교수의 민족문학의 새단계에 대한 다소 논쟁적인 서평을 싣고있기는 하지만, 민족문학 논쟁 자체의 다소 관념적인 면모와 그논쟁의 치열함에 대답할 만한 견실한 작품의 부족 때문에 국제정치 질서와 국내 계급관계를 마구교란시키고 있는 페레스트로이카의 빨판 속으로 논쟁의 터무니마저 먹혀들어가고 있다는 지적도있다.


민족문학권의 한 평론가는 올해가 진보적 문학의 조정국면이었음을 시인하고, 그 이유를 문단 밖의 사회·정치적 상황만이 아니라 창작방법론의 한계를 돌파 하지 못한 비평가와 작가의 게으름에서도 찾았다. 


이 평론가는 또 논쟁 당사자 들의 뜻대로 작용했던 노동계급 당파성이나 지혜가 지금까지의 논의 결과, 현실에 맞설수 있는 만족할 만한지침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지금 진보적 문학계에 만연한 정신의 매너리즘을 타파하기 위한 새로운 노력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1990년에는 안재성씨의 파업, 차주옥씨의 함께가자 우리, 이인휘 씨의 활화산, 정수리씨의 우리 갈 길 멀고 험해도 등의 노동장편 소설과 홍승일씨의 철의 기지, 김미영씨의 마침내 전선에 서다, 김현종씨의  골리앗 상공에서 쓴 비밀일기등 노동관련 보고문학이 나왔고 방현석 정화진 김한수씨도 눈에띄는 노동소설들을 내놓았다.


분단극복 소설로는 김중태씨의 설촌별곡과 김하기씨의 중단편들이 주목됐 다. 특히 최근 완전한 만남이라는 창작집으로 묶인김하기씨의 소설은 만만 찮은 이야기꾼의 솜씨로 민족분단의 가장 민감한 상처인 좌익 장기수 문제에 정 면으로 다가가 통일문학 민족해방문학의 지평을 넓히고있다.


90년도 문학 저널리즘의 조명을 집중적으로 받았던 김영현 논쟁'은 목소리의 새 됨에 견주어 서로 합의할 수 없다는 사실에합의 한 것 이외에는 별다른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한편 80년대 후반부터 문단 일각에 스며든 포스트모더니즘논의가 올해엔 각종 매체를 타고 더욱 떠들썩하게 전개됐고 마침내민족문학작가회의에서 그것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기까지 했다.


한 시인이 탁구공이 튀듯이라고 비유했을 정도로 발랄한 상상력을 지닌 일부 새세대 시인들과 개종한 고참 모더니스트들에 의해 포스트모더니즘은 이념적 지표로까지 설정됐고, 시인에서 전업한 몇몇 소설가들이 이 낯선 탈아념의 이념을 교습받아 작품내놓았다.


그러나 특히 소설의 경우, 포스트모더니즘의 깃발 아래 올해에 발표된 작품들 은 대개 열정문학의 테두리 안에 있었다.

대가들의 정열은 언제나 경외스럽다. 시인 고은씨와 비평가김윤식 교수는 홀 해에도 닮지 않는 정열로 우리 문학을 살찌웠다. 두 사람은 아마도 한국문학사 에서 창작과 비평에 각각 상응하는최다 저술가로 기록될 듯하다.

소설가 송영씨는 올해 장편 3편을 발표했다. 그 가운데 두 편은 자신의 성장기 기억에 박힌금호동을 되살려 놓고 있다. 조세희씨도 오랜만에 작품활동을 재개했다.


시인 신경림 씨와 그 뒷세대인 이성복·황지우 최두석씨는 올해에 또 한권의 시집을 상재해 90년대 시인으로도 건재하겠다는 야심을 보였다.

비평가 임우기 김재용씨도 첫평론집을 내놓았다. 김씨의 민족문학운동의 역 사와 이론은 그가 80년대 후반에 성장한 카프 2세대'의 막내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옆에서 또는 뒤에서, 우찬제 박해현 권성우 박철화 박혜경 이병훈·이광 호류보선씨 등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80년대 문학의 돌개바람이었던 시인 박노해씨가 신문과 잡지를 통해 자연인 박 기평의 모습을 서면으로나마 드러낸것도 1990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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